사람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교통수단은 무엇일까?

2016년 발생한 독일 바이에르 통근열차 충돌 사고, 2015년 발생한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 사고 등으로 교통수단의 안전에 대한 염려가 높아진 가운데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기차와 자동차는 안전하고 비행기와 배는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공식 통계에 의하면 자동차와 기차, 항공기, 배 중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은 비행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Ian Savage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통수단별 10억 마일 당 사망자 수는 자동차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비행기가 가장 낮았으며, 기차와 전철은 안전한 편이기는 하나, 버스보다는 사망자 수 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기차가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믿고 있고, 아마도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교통수단별 10억 마일 당 사망자 수(2000~2009)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Ian Savage 교수 연구)

자동차 VS 열차의 충돌 사고 방지 기술

교통수단의 충돌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고 탑승자의 상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대처방법에 대해 자동차의 예를 철도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충돌 사고 대처방법은 크게 능동안전(active safety) 기술과 수동안전(passive safety)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능동안전(active safety) 기술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안전 기술
수동안전(passive safety) 기술 충돌 사고 발생 시 차량손상이나 인체 상해치를 최소화 시키는 안전 기술

능동안전(active safety) 기술의 경우 자동차와 열차 모두 초기에는 브레이크라 부르는 제동장치만으로 구성되었다. 현재는 제동 및 차량 제어시스템 기술의 발달로 전방충돌방지 시스템으로 알려진 FCW(Forward Collision Warning)와 FCA(Forward Avoidance Assist)와 같은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열차 역시 ATS(Auto Train Stop device), ATC(Automatic Train Control) 그리고 ATP(Automatic Train Protection)같이 차량간 또는 차량과 관제소의 통신시스템을 이용해 물리적/전기적으로 기차의 속도를 제어하여 열차의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와 열차의 능동안전 기술 (좌: 자동차 전방충돌방지시스템, 우: 열차의 신호/통신에 의한 제어시스템)

자동차와 열차의 충돌 흡수 메커니즘 (좌: 자동차 Crash box, 우: 열차 CEM 시스템(사이드버퍼))

수동안전(passive safety) 기술의 경우 자동차, 열차 모두 충돌 시 충격을 완화해주는 충돌에너지 흡수 메커니즘이 도입되어 있다. 자동차에는 Crash box, 열차에는 CEM(CrashEnergy Managemet)이 적용된다. CEM은 열차의 충돌 사고 발생 시 충돌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장치나 구조물을 장착하여 열차 및 탑승객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또한, 자동차에는 사고를 대비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장착되지만 열차는 에어백의 공기압을 유지하는 것과 에어백의 동작 위치 등이 자동차와는 다르고, 제동거리가 상당히 길며 충돌속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자동차 에어백 적용이 어렵다. 안전벨트의 경우 사고시 승객의 상해치를 저감할 수는 있으나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재빨리 탈출하는 데에는 방해 요소가 되기 때문에 열차에 적용하지 않는다.

열차의 수동안전(Passive safety) 기술 개발을 위한 필수요소인 상해치 평가 기술

위에서 설명했듯이 충돌사고 발생 후 운전자와 탑승자의 상해치를 경감시켜 주는 수동안전(passive safety) 기술개발을 위해서 인체 상해치 평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인체 상해치 평가는 자동차의 경우 차량 내 센서가 장착된 더미(Dummy)라는 인체모형을 넣고 충돌시험을 통해 평가하고, 상해치 정도에 따라 1에서 5까지의 별을 획득하는 인증 시스템이다. 철도차량의 경우 자동차와 같이 충돌 안전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은 없지만, GM/RT2100으로 불리는 유럽의 철도차량 충돌 규격에서 상해치 평가 방법 및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역시 더미를 인간공학 관점에서 운전자 시야각 및 조작 편의성을 분석하여 위치를 조정하고, 가속도(5~7.5g)를 주어 충격을 가한 후 상해치를 평가하는데, 이때 인체의 상해치는 두부(머리) 상해의 경우 충돌 전반에 걸친 가속도에 의한 뇌진탕의 정도, 가슴은 하중 및 변위에 의한 늑골의 골절 및 장기 상해 정도 그리고 무릎의 경우 충격에 의한 골절을 평가한다. 철도차량 인체 상해치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더미의 착좌(positioning) 및 상해치 분석 등의 기술 및 노하우가 요구된다.

더미를 이용한 자동차 충돌 시험

현대로템의 상해치 평가 기술 연구 현황

철도차량의 ‘충돌 사고 시 상해치 평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평가이기 때문에 전 세계 철도차량 제작사 및 정부 연구기관에서 연구단계에 있으며, 실제 프로젝트에서 수행되는 상해치 평가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철도차량 산업의 특성상 자동차와 같이 파일럿(Pilot) 차량의 개념이 없어 시험을 통한 검증이 쉽지 않으므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의 정확도가 그만큼 중요한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운전자 상해치 시뮬레이션 사례 (좌: 호주 NIF 전동차, 우: EMU-250)

더미를 사용한 탑승객 상해치 시험 사례 (EMU-250)

무릎충격완화장치 시험 평가

현대로템은 이러한 인체 상해치 해석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2019년에 호주 NIF 전동차의 운전자 상해치 평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행했으며, 수행 결과는 GM/RT2100 내의 모든 상해치 기준을 만족했다. 또한, 향후 해외 수주 프로젝트의 상해치 관련 요구사항을 대비하여 동력분산식 고속철 EMU-250을 기준 모델로 하여 승객과 운전자의 상해치를 해석하고 시험을 통하여 평가 분석했다.

현대로템은 유럽 철도차량 충돌 안전 규격인 GM/RT2100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연구소의 차체개발팀과 의장개발팀의 협업으로 관련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에어백이나 안전벨트의 도입은 열차의 모든 좌석에 고가의 에어백을 설치하기 어렵고 열차의 기대수명인 25~30년을 만족하는 제품이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이에 대체 가능한 무릎충격완화장치(Knee bolster)와 충돌에너지흡수구조(crushable desk)에 주력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